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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한 이야기 2018

당신의 기원 – 두 사람, 이병률

두 사람          - 이병률

 

1

 

세상의 모든 식당의 젓가락은

한 식당에 모여서도

원래의 짝을 잃고 쓰여지는 법이어서

 

저 식탁에 뭉쳐 있다가

이 식탁에서 흩어지기도 한다

 

오랜 시간 지나 닳고 닳아

누구의 짝인지도 잃은 것이 무엇인지 모르고 살다가도

무심코 누군가 통에서 두 개를 집어 드는 순간

서로 힘줄이 맞닿으면서 안다

 

, 우리가 그 반이로구나

 

2

 

그러니 두 사람이 배를 탄다는 것은, 그것만으로 미어지게 그림이 되는 것

 

두 사람인 것은, 둘 외에는 중요하지 않으므로 두 사람이어야 하는 것은

 

두 사람이 오래 물가에 앉아 있다가 배를 탄다는 것은

 

멀리 떠나는 것에 대해 두 사람이 이야기해왔던 것은, 그리하여 두 사람이 포개져서 한 장의 냄새를 맡는 것은

 

두 사람이 있었기에 당신이 이 세상에 올 수 있었다는 사실은

 

 

  여느 식당이든 수저통이 놓여 있다. 한 움큼 젓가락이 그 안에 들어있기 마련이고, 그것들은 그냥 집어도 짝이 맞는다. 젓가락에 제짝을 찾는 경험은 대개 집에서 할 수 있다. 가정집 젓가락이란 이것저것 모아 놓은 경우가 다반사라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짝짝이로 쥐기 십상이다. 젓가락도 제짝이 있다는 것을 시는 사람에게 제짝이 있는 것처럼 빗대 놓았다. 문제는 세상의 모든 식당에서 무심코 집어 들어도 제짝이 맞는 그것이 원래 제짝인지 알 수 없다는 데 있다. 저 식탁에 뭉쳐 있다가, 이 식탁에서 흩어지기도 하다가, 무심코 누군가 통에서 집어 드는 순간 제짝을 예감하는 그것은 제짝에 대한 운명으로도 허망으로도 읽힌다.

 

  시는 1 2로 나뉘어 1은 젓가락을 2는 두 사람을 유비 구조로 엮어 놓았다. 젓가락의 짝과 두 사람의 짝은 원래 짝인지 알 수 없다. 세상에서 두 사람이 미어지게 그림이 될 확률이 아주 높다고 하기는 어렵다. 두 사람이배를 탄다는 것은 속되게 표현된 환유로 읽어도 좋겠다. 두 사람이배를 탄다는 동어반복을 몇 번 하다가 시는 그 이후를 말하지 않는다. ‘두 사람인 것은두 사람이어야 하는 것은배를 탄다는 것은두 사람이 이야기해왔던 것은두 사람이 포개져서 한 장의 냄새를 맡는 것은…’이라고 여러것은을 나열할 뿐 그 이후는 없다.

 

  "두 사람이 있었기에 당신이 올 수 있었다까지를 떼어 놓고 보면, 두 사람이배를 탄다는 소이(所以)로 당신이 태어났다는, 시는 당신의 기원에 관한 해석을 말하는 것도 같다. 그런데당신이 세상에 올 수 있었다는 사실은이라며 시는 끝나버린다. 시는 당신의 기원에 관심 두는 것이 아니라, 사랑의 시작과 지속과 속성을 의심한다고 할 수 있다.

 

  사랑은 어느만큼 착각이다. 원래 제짝인지 알 수 없는 가운데 사랑은 배를 타고, 그 항해 이후 당신이 세상에 온다. 사랑도 착각만큼 허전하다. 그 사랑의 노래가 쓸쓸한 연유가 어쩌면 여기 있다.

 

(2018.2.13 진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