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유적 시, 은유적 시 그리고 시적 시 (2) – 김언희 [허불허불한], 채길우 [분재]
“레이코프G. Lakoff와 존슨M. Johson도 은유가 세계를 인식하는 방식이라고 보았지만, 이들에게서 은유는 진리를 왜곡하는 것이 아니라 깨닫게 하는 것이다.”- 권혁웅, [한국 현대시의 시작방법 연구] P18 그리고 은유적 시, 막기차를 놓치고저녁을 때우는 역 앞 반점들기만 하면 하염없이 길어나는 젓가락을 들고벌건 짬뽕 국물 속에서 건져내는 홍합들…… 불어터진음부뿐이면서 생은, 왜외설조차 하지 않을까골수까지 우려준 국물 속에서끝이 자꾸만 떨리는 젓가락으로 건져올리는허불허불한 내 시의회음들, 짜장이더글더글 말라붙어 있는 탁자 위에서일회용 젓가락으로 지그시벌려보는, 이상처의 모독의 시, 시, 시, 시울들…… - 김언희, [허불허불한] 인용시는 막기차를 놓치고 중국집에서 혼자 저녁을 ..
사는 일에 이르는 우화 – 강우근, 우산들
시집 『너와 바꿔 부를 수 있는 것』, 창비시선 496, 2024.1.25 “좋은 서정시는 그로부터만 들릴 수 있는 고유한 목소리로 ‘사는 일’을 ‘살아남는 일’로 납작하게 만들지 않고 진정으로 살아 있는 삶이란 무엇인지를 묻는다.”- 양경언, [노래가 들리는 곳 – 서정시의 변혁성에 대하여], 『창비2024겨울호』, P80 서정시를 좁게 정의한다면, 박목월의 [나그네] 같은 시라고 할 수 있겠다. 1946년 발간되었다는 청록집에 수록된 그 시는 일반인이 느끼는 서정시의 한 전형 아닐까 싶다. 1945년 광복 이후의 희망 같은 것과 무관하게,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는 절망과 체념의 사내이다. 광복 이전에 그 시가 쓰인 것인지, 혹은 정세와 무관하게 그 나그네가 그저 떠도는 것인지,..
촛불을 켜자, 벌받을 놈을 기도하자 – 강우근, 하루 종일 궁금한 양초
시집 『너와 바꿔 부를 수 있는 것』, 창비시선 496, 2024.1.25 * 두 명의 친구와 한 명의 선배를 만났다. 연말, 다들 지인을 찾고 그렇게 만나고 다시 헤어지고, 한 해를 그렇게 마무리하지 않는가. 삼겹살 굽는 술집에서 한 친구 행색이 전보다 초라한 것이 눈에 거슬렸다. 2년전에 못 보았던 피부병이 목주위에 불긋불긋했다. 아토피 피부병이라고 한다. 양계장에서 오래 일하다 보니까, 먼지 때문에 얻은 질환이다. 오래 살아라, 그러려면 직업을 바꾸라,고 충고했지만, 한가한 소리가 되어 버렸다. 밑바닥에 가까운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친구인 나도 어찌해 주지는 못하고, 덧없는 말이나 보탤 뿐이다. * 그날, 대학원 다니는 딸이 연구실에서 매일 늦는 게 안타까워서 데리러 가는 중이었다. 일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