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한 이야기 2017 (47) 썸네일형 리스트형 비 맞은 중처럼 슬프다 – 신용목 [인사동] 시집 『누군가가 누군가를 부르면 내가 돌아보았다』 (창비시선 411, 2017.8.31) [인사동] - 신용목 본 적 없는 긴 뱀처럼 갑자기 쏟아지는 물, 짧게 흰 비늘을 보여주고 꼬리를 끌며 구멍 속으로 사라지는 뱀, 수도꼭지를 잡고 나는 인사동 골동품점 앞에서 불상의 잘린 머리를 바라보다 비를 .. 슬픔 이후의 시 – 신용목 [무서운 슬픔] 시집 『누군가가 누군가를 부르면 내가 돌아보았다』 (창비시선 411, 2017.8.31) “세계는 이편과 저편으로 나누어진 장소가 아니라 몸의 감각으로 이루어진 불투명하고 불균질한 곳이므로, 어떤 프레임이 선명할수록 자신을 선으로 규정하기 위해 악을 발명하고자 하는 욕망의 가능성을 경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아니, 적어도 자신의 내면을 경유하지 않은 언어가 문학이 될 수 없다는 지극한 사실을 돌이켜 함께 떠올리면 좋겠다.” 위 인용은 『창작과비평』 2017겨울호에 실린 신용목(1974-) 시인의 제19회 백석문학상 수상소감 일부이다. 그의 네 번째 시집 『누군가가 누군가를 부르면 내가 돌아보았다』가 수상작이라는데, “시대현실을 관통하는 가운데 타자에 대한 깊은 사유와 자유로운 언어적 모험을 감행함으로써 .. 새는 유리창에 시를 남기고 – 장수진 [인서트]와 류경무 [벌거숭이 새] 시집 『사랑은 우르르 꿀꿀』 (문학과지성 시인선 502, 2017.9.11) 시집 『양이나 말처럼』(문학동네 시인선 79, 2015.12.10) 흔하다는 교통사고도 내가 운전하는 동안 목격하거나 경험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 적은 경우를 천운으로 여겨야 하겠지만, 확률상 누군가는 불행을 목격하여 아찔하거.. 시가 재미없으면 비평 탓이다 – 장수진 [봉지 언니 스피드] 시집 『사랑은 우르르 꿀꿀』 (문학과지성 시인선 502, 2017.9.11) “시는 세계를 인식하고 재현하는 상투적인 방식과 싸운다. 우선 상투적인 언어들을 전복할 것, 그를 통해 사유를 전복하고, 가능하면 세계를 전복할 것. 이것이 시인 카타콤의 조직 강령이다. 서사를 장착할 필요는 없다. 교.. 풀은 제 스스로 달린다 – 박성우 [풀이 풀을 끌고] 시집 『웃는 연습』 (창비시선 413, 2017.8.31) [풀이 풀을 끌고] - 박성우 풀숲이 일렁이는가 싶더니 강가의 풀이 일제히 달려나간다 풀숲을 헤치면서 풀이 달려나간다 팔다리 어깨 흔들며 풀이 달려나간다 사랑을 잃은 사내가 해 질 녘 강가를 달릴 때처럼 풀숲을 헤매다가 풀이 달려나간다 .. 시인이 남쪽으로 간 이유 – 박성우 [소한(小寒)의 밤] 시집 『웃는 연습』 (창비시선 413, 2017.8.31) “누군가를 돌보는 일이 돈 버는 일에 비해 결코 가치 있는 일로 여겨지지 않는 (…) 팍팍한 사회가 한국사회다. (…) 사회 자체의 존속이 문제 될 수 있는 전반적인 사회재생산의 위기의 핵심에는 돌봄의 위기가 있다. (…) 공공성이라는 용어에는 서로 다른 두 개의 ‘공(公/共)’이 포함되어 있지만, 일반적으로 현대사회에서의 공공성은 공(公)적인 것을 중심으로 논의되는 경향이 크며, 그때의 공적인 것은 다시 국가를 중심으로 이해되곤 한다. (…) 국가의 지원을 늘리는 것만으로 바로 돌봄의 문제가 해결되리라 기대하기는 어렵고 공(共)의 문제, 다시 말해 돌봄을 함께할 수 있는 공동체(共同體)가 중요하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 현대사회에서 공동체와.. 쓰여지지 않은 시 – 이해와 난해, 그 사이 것들 시집 『내가 그대를 불렀기 때문에』 (문학과지성 시인선 500, 2017.7.19) ‘문학과지성 편집자는 ‘시는 난해하다’는 선입견이 사라지고, 난해함 자체도 시의 스펙트럼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 같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2017.11.3 [시, 여전히 뜨겁다] 기사 중에서) 시를 읽을 .. 연애시 다르게 쓰기 – 황동규 [조그만 사랑 노래]와 이장욱 [당신과 나는 꽃처럼] 시집 『내가 그대를 불렀기 때문에』 (문학과지성 시인선 500, 2017.7.19) 근래 문학과지성 시인선 500번째가 발간되었다. 1978년 황동규의 『나는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어진다』를 1호 시집으로 시작하여 근 40년 만에 500호를 채운 것이라 한다. 그 500호는 시선집인데, 1호부터 지금까지 55명의 시인들을 간택(?)하여 그들 시 2편씩을 등재하였다. 편집인 둘은 그들 시인선 중에서 대표작을 꼽았다고 한다. 더러 아쉬운 작품들도 없지 않지만, 거반 좋은 시들이 골라진 것은 틀림없다. 그 500호 시선집을 읽어보면, 1978년 이후 지금까지 한국 현대시가 흘러나온 면면을 대강(大綱)할 수 있는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 세월이 흐르고 세상은 바뀐다. 시도 예외는 아니다. 2000년을 어림하여.. 자아와 주체 구분하기 – 박준 [지금 우리가] 시집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문학동네시인선 032, 2012.12.5) [지금은 우리가] - 박준 그때 우리는 자정이 지나서야 좁은 마당을 별들에게 비켜주었다 새벽의 하늘에는 다음 계절의 별들이 지나간다 별 밝은 날 너에게 건네던 말보다 별이 지는 날 나에게 빌어야 하는 말.. 서정적인 것에서 시적인 것으로 – 박준 [기억하는 일] 시집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문학동네시인선 032, 2012.12.5) 영화 『라라랜드』(La La Land ; LA지역 또는 환상의 세계를 뜻한다고 함)를 뒤늦게 보았다. 사랑과 꿈에 얽힌 인생 드라마, 뮤지컬 영화이다. 영화는 여러 차례 관점을 바꾼다. 세바스찬(남자 주연, 라이언 고슬링)이 보는 시선과 미아(여자 주연, 엠마 스톤)가 보는 시선으로 줄거리가 반복된다. 영화에서 관점을 바꾸는 기법은 꽤 오래되었다. 2008년에 개봉한 『밴티지 포인트』는 현장에 있던 8명의 관점으로 사건을 지루하게 반복한다. 관점을 바꾸면 안 보이던 것이 보인다. 『라라랜드』에서 세바스찬과 미아의 관점이 교차되면서, 그 둘이 어떻게 운명적으로 얽히고, 어떻게 영화처럼 서로를 떠나는지, 관객은 나름 .. 이전 1 2 3 4 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