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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詩作)

서성거린다는 것 - 응급실 앞에서

응급실 앞에서          - 진후영

 

걱정할 거 없어요
입원하라면 하면 되고, 수술하라면 하면 되고
벌어지는 상황에 따라 대응하면 돼요
걱정 안 한다
어무이를 모시고 응급실로 간다
걱정할 정신이 아직 있을까
오늘이 오늘인지 낮인지 밤인지
시간이 희미해진 정신
식구들 모두를 기억하고
아들은 여전히 귀하고
따로 사는 남편을 미워하면서
기다리는 것이 삶인지 아닌지 당신은 이제 모를 터이다
잇몸이 부어서 하관이 물풍선처럼 부었고
아직 발음이 삐뚤지는 않지만
예방삼아 처방받은 항생제를 며칠 복용했어도
왼쪽은 가라앉고 새로 오른쪽은 왜 붓는지
부어오르는 게 사랑인지
가라앉는 게 본능인지
당신은 이제 모를 터이다

응급실 문앞에서
입장할 수 없는 가족 몇이 서성인다
차단된 문이 열리면
안쪽을 향해 시선을 넣어보지만
알 수 없는 게 있다
보이지 않는 게 있다
암만 서성거려도
없는 게 있다

 

(2022.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