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곧 신도시에서 회사를 운영하는 친구가 제 사무실에서 찍은 사진을 보내왔다. 초점조차 흐릿한 그 사진 속 섬이 옥귀도라고 한다. 거기 저어새가 산다는데, 저어새는 보이지 않는다. 공장 같은 굴뚝만 높다. 바다 풍경이 황량한 그 사진 속에도 삶이 있을 터이다. 날아갈 수 있는 날개를 갖고도 저어새를 붙드는 것이 있을 터이다. 거기 바다라는 사막에서 저어새가 산다면, 외로울까 행복할까, 잠시 혼란스러웠다.
그를 붙드는 것은 아마도 본능이리라. 그를 자유롭게 하는 것은 욕망일까, 욕망조차 본능일까, 다시 혼란스러웠다.
저어새는 거기서 산다.
옥귀도 저어새 - 진후영
오이도 옆에 흔적처럼 남은 섬이 하나 있다
파도가 아무 때나 올라탔는지
헤프게 닳아 보이다 만다
저어새는 그 섬에 산다
작아서 섬처럼 남는 일을 후회하면서
육지에 붙어 이름만 남는 일을 미워하면서
날아갈 수 있어도 자유를 의심하면서
속을 비워도 왜 비워지지 않는지
채워지지 않는 걸 채우려 해야 하는지
저어새는 그 섬에 산다
바위보다 단단한 것이 본능인지
생활조차 건조할 그 섬에 열중하고 있다
오이도 옆에 흔적처럼 남은 섬이 하나 있다
새는 아무 때나 보이지 않고
바람은 언제나 섬에서 불어온다
(2022.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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